This American Life의 에피소드 No.340, "Devil in Me"의 오프닝. 격하게 공감하여 낄낄거리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게 들었던 에피소드.
어느 날 아침 아내와 나는 문 앞에 서서 옥신각신 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에 어떤 물건이 배달돼 왔는데, 나는 우리 집 강아지를 안고서 아내에게 문을 열라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옷차림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엔 부적절하다고 생각해서 문을 열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는 “아냐, 아냐. 괜찮은 데 뭐.”라고 말했다. 우린 이런 식으로 얼마간 옥신각신했지만, 문 앞에서 사람은 계속 기다리고 있고 내가 질 생각을 안 하자, 결국엔 아내가 문을 열었다. 배달원이 간 뒤에 아내는 화를 냈고, 내가 대체 왜 그러는지 통 이해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난 그녀를 제대로 쳐다 봤다. 그 순간, 그녀가 말하는 뜻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속옷바람에 잠옷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녀가 왜 문을 열기 싫어했는지, 내 눈으로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입에선 엉뚱한 말이 튀어나왔다. “그 속옷 뭐 그렇게 흉하지 않은데 뭐.” 순 거짓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내뱉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는, “내가 말했던 게 바로 이거야, 당신이 만날 하는 거. 자기가 잘못했다고 죽어도 인정 못하는 거.”라고 말했다. 사실 그녀의 말은 전적으로 옳았다. 그녀의 말이 너무나 맞는 게, 나는 사실 그 순간에도 그걸 인정하려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걸 깨달은 순간에조차도 난 속으로 ‘인정할까? 하지 말까? 할까? 하지 말까?'하며 머리를 굴리고는, ‘아냐, 아냐. 인정하지 마. 지지 마.’라고 결론 내린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엄청나게 심사숙고해서, 모든 걸 찬찬히 따져보고, 정교한 계산을 한 것 같이 들릴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 모든 건 내 머리 속에서 눈 깜짝 할 사이에, 마치 번개처럼 일어난다. 아무런 사고의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나는 거의 자동으로 "아냐, 그 속옷 괜찮은데 뭐. 아무 문제 없어."라고 내뱉는 것이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사는 거 정말 미친 거 같다고, 내가 애초에 잘못했다는 사실을 바로 인정하기만 하면, 그녀가 사는 건 훨씬 더 수월할 거라고 지적했다.
사실 이런 일은 부지기수다. 우리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도 부끄럽다고 생각하는 짓들을 아무 생각 없이 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 일인 거 같다. 난 사실 내가 하는 그런 행동에 대한 목록까지도 만들 수 있을 정도다. 이를테면, 난 사람들 말을 잘 끊는다. 사람들에게 난데없이 버럭 한다. 가끔은 내가 그러는 줄 깨닫지도 못한 채, 마치 세상일을 마치 다 알고 있는 양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어투 같은 게 튀어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때로는 다른 사람 말을 반은 건성으로 듣고 있어서, 별로 웃긴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말에 거짓으로 웃어주기도 한다.
헌데 분명 자기중심적이라 이런 행동들을 하면서, 불행히도, 그렇다고 또 철두철미하게 자기중심적이지도 못해서, 내가 한 짓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짓는 표정들은 또 눈에 들어온다. 이건 사실 굉장히 안 좋은 중간지대인 셈이다. 내가 만약 조금 더 세심하다면, 애초에 그런 행동 자체를 안 할 것이고, 내가 만약 아예 무감각하다면, 내가 얼마나 못난 놈인지 전혀 깨닫지 못할 것이고, 그럼 최소한 스스로는 덜 괴로울 텐데 말이다.
그런데 우리 모두에겐 이처럼 스스로 전투를 벌이고 있는 내 안의 작은 악마 하나쯤은 있다. 물론 그 악마들은 때론 그렇게 작지 않을 때도 있다. 때로 우린 이 악마와 평생을 싸워오다가 미국 대통령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 어느 날 한 인턴이랑 놀아나서 그간 대통령으로서 해온 모든 일들에 대한 신뢰를 한 순간에 다 잃고 —사람마다 이 사안에 대한 시각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 일이 결국,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 어떤 전쟁으로 미국을 내몰았던 한 사나이의 대통령 선출로 이어지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오늘 라디오 방송의 주제입니다. Public Radio International에서 배포하고 WBEG 시카고에서 보내드리는 “This American Life”의 아이라 글라스입니다. 오늘 우리는 자기 안의 악마와 싸우는 것이 자기 일생일대의 투쟁이 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My wife and I are standing at the door to our place and we are arguing. A delivery guy has arrived with something. It’s early morning and I hold the dog and I ask her to go to the door. And she doesn’t want to go to the door because of the way that she’s dressed, and I insist, “No, no, no, no. It’s fine.” And we go around this for a while, and the guy’s at the door and I don’t give in, she finally goes to the door. And then the guy leaves and she’s mad and she cannot understand why I made her do that.
And finally I look at her and I see what it is she’s talking about. She’ in an undershirt and pajama bottoms and I see why she wouldn’t want to go to the door. I see it, I see it. But what I say is, “That shirt’s not so revealing.” This just comes out of me without thinking. A complete lie. And she says, “You know, this is that thing you do. This is that thing right here. You can’t admit, when you did something wrong,” which she is totally right about. She is so right, in fact, that I still don’t admit it.
Though, to describe it this way makes it seem like I’m doing a computation in my head thinking things through, weighing things out, ‘Should I admit it? Should I not admit it?’ then I conclude, ‘No, no. Don’t do it. Don’t admit it. Don’t give in,’ but in fact, all this happens in an instant in my head, it’s like lightening. There’s no thought at all, I say, “No, no, no. The shirt’s fine. I don’t see a problem.” And then, she points out that it’s crazy making living with me that, if I could just admit that I did something wrong at the beginning, her life would be so much better.
This happens all the time. Part of getting older, I think, is learning that you do these things without thinking that you are not proud of. I have a list: I interrupt people, I snap at people, I get a condescending know-it-all tone, sometimes, not even knowing I’m doing it, I fake laugh at stuffs I don’t find funny because I’m only kind of half listening.
And while I’m self-absorbed enough to do all that, unfortunately, I am not so self-absorbed that I don’t notice the look on other people’s faces and realize what I’ve done. This is a very bad middle ground to be in. You know, if I were more sensitive, I wouldn’t be doing these things in the first place. And if I were less sensitive, I wouldn’t notice what an ass I am, which would be less painful, for me.
Most of us have these things—these little devils inside of us that we are fighting against. And some of the devils aren’t so little, you know. Sometimes you are spending your life fighting one of these devils, and then you become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somehow end up messing around with an intern which ruins your presidency, and possibly depending on how you see it, leads to the election of a guy who sends our nation into what becomes a very unpopular war.
Well, that ‘s the subject of today’s radio program. From WBEG Chicago, it’s This American Life, distributed by Public Radio International, I’m Ira Glass. Today we have stories about people to whom fighting the devils inside them became the biggest struggle of their lives.